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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날의 창선

[교환학생 #1] 놓아줘야하는데 쉽지 않아

2020년 1월에 스페인으로 떠났다. 행복한 2개월을 보냈다.

나름의 광란의 3월을 시작하면서 '아 진짜 인생 즐겁다.' 라는 생각이 너무 자주 들었다.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스스로가 행복하거나 즐겁다고 자각하는 것은 흔한 일도, 그다지 좋은 일도 아니다. 온전한 행복은 그 행복을 자각하지 못할 때 완성된다. 우리가 때론 그 때는 왜 행복한걸 몰랐을까.. 하면서 후회하지만, 만약 우리가 그 행복을 매번 안다면, 그 행복을 온전히 누리지 못할 것이다.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행복을 자각하는 순간 우리는 불안해진다.

(상처받지 않으려는 그런거... 아닐까...?)

내가 기억하기로 나의 3월은 행복하면서 불안했고, 그 외의 여러 복잡미묘함과 살고 있었다.

 

3월 12일 팬데믹이 선언됐다.

3월 13일 학교가 휴교했다.

 

팬데믹이 선언되기 전 날, 친구들과 축구를 보러 바에 갔다. 리버풀은 졌다.

 

대망의 팬데믹 선언 날, 영혼의 룸메 아리아와 산책을 했다.

나의 교환학생 라이프는 생각보다 빠르게 사라졌다. 나는 고집을 부렸다. 마음의 준비가 조금이라도 돼있었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까? 쨌든 그때의 나는 그냥 있기로 했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팬데믹이 선언된 주의 주말, 고국으로 돌아갔다. 자기는 돌아가지 않을 거라고 말한 친구들의 입장은 몇시간의 고민, 부모님과의 통화 혹은 공포감을 일으키는 상황에 의해 순식간에 변했다. 너무나 순진한 나는 이 모든게 금방 다시 돌아올거라 믿었다. 내가 미리 예약해둔 7월의 인천행 비행기 탑승 전에는 모든게 정상적으로 돌아올거라 믿었다,, 알다시피 '정상'으로 돌아오지는 않았다. 

 

이 별 파 티 ㅜ

분명 팬데믹이 준 비통함 말고도 소중한게 많이 있었던 교환학생이었는데.

사람들이 교환학생 어땠냐고 물어보면 자연스럽게 코로나 얘기부터 하는 나 자신이 싫었다.

코로나 상관없이 완벽한 교환학생 생활이었다고 빠득빠득 우기는것도 웃기지만.

마치 그것밖에 없었고, 난 불행하다고 투정하는 것 같아서 쬐금 꼴뵈기 싫은 그런 느낌이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정리를 하려고 한다.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정리하는데 교환학생을 다녀온 기간보다 더 길게 걸릴지도 모른다. 얼마가 걸리든 여기에 다 토할게,,

그리고 놓아줘야지,, 마이 이라스무스,,